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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석기 의원 제명 추진, 적절치 않다 |
새누리당이 6일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제명안에서 “내란 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안이 중대한 이 의원이 법원의 확정 판결 전까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됨에 따라 국가기밀 누설, 국가기능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제명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중한 사안인 만큼 신중히 판단하라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이 의원이 구속된 지 하루 만에 곧바로 제명안을 제출한 것은 성급할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혐의는 국가정보원이 녹취록 등을 근거로 제기해놓은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추가적인 수사와 법정 공방을 거쳐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와야 확정되는 것이다. 확정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국회가 동료 의원을 유죄로 단정해 제명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폭력에 해당한다.
국회의원 제명이라는 정치 폭력이 자행된 시기는 박정희 독재정권 말기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제명한 때가 유일하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김 총재의 외신 발언을 토대로 국가관을 문제 삼아 아무런 사법적 근거 없이 막무가내로 제명을 밀어붙였다. 이 의원 제명 추진은 유신 독재의 광풍을 연상시킨다.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이번 사건으로 이미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녹취록에 드러난 이 의원의 정치적 견해나 세계관은 시대착오적이다. 일방적으로 북한을 추종하는 듯한 발언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가 6일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의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신중히 접근할 일이다. 정당 해산은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 헌재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 해산 운운은 성급해도 지나치게 성급하다. 설사 이 의원에 대한 판결이 유죄로 나더라도 진보당의 다른 의원과 당원을 모두 이 의원 그룹과 동일시하긴 어렵다. 진보당 해산 검토 역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싸잡아 종북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카시즘적 요소가 다분하다.
민주주의는 합리적 절차를 통해 완성된다. 이 의원 등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은 큰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단죄한다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여야 정치권은 합리적 절차에 따라 상식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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