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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누구 압력인가 |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대형 영화관인 메가박스 스크린에서 이틀 만에 사라졌다. 메가박스 쪽이 ‘보수단체의 위협’을 이유로 상영 중단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상영되던 영화가 갑자기 극장에서 내려진 것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 하나 제대로 상영하지 못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현실 앞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메가박스 쪽은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 예고로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 관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위협이 있다면 영화관은 마땅히 경찰에 신고해 불상사로부터 관객을 보호해야 옳다. 경찰한테 보호 요청도 하지 않고 무작정 상영 중단부터 하는 것은 상식에 완전히 어긋난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상영 중단 직전까지 다양성 영화 관객 수 1위, 전체 순위에서는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 성적도 좋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극장의 특성상 관객이 많이 몰리는 영화를 쉽게 내린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메가박스 쪽이 겉으로는 ‘보수단체의 위협’을 이유로 내걸고 있지만 오히려 다른 모종의 압력을 받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해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메가박스 쪽이 권력의 눈치를 살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더욱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증거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부러진 화살> 등 사회적 논란이 많은 영화를 대형 영화관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상영중 갑자기 도중하차를 한 적은 없다. 최근 법원은 국방부 관계자와 천안함 유족 등이 이 영화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영화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신청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어떻게든 영화관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런 나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번 사태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메가박스 쪽은 경찰에 보호 요청 한번 하지 않고 상영 중단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영화 상영은 단지 극장과 영화사 간의 문제를 떠나 관객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영화관 마음대로 배급사 쪽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메가박스의 이번 결정을 많은 사람이 관객에 대한 모독과 횡포로 여기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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