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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11 21:01 수정 : 2013.09.13 22:31

친일·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역사 교과서의 주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11일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에 초청 연사로 나와 “좌파진영이 학문과 교육 등 이념 분야에서 절대적 다수를 형성해 10년 안에 한국 사회가 전복될 수 있다”는 등 매카시즘으로 가득 찬 발언을 토해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가 숱한 오류로 점철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좌파세력의 공격”이라고 맞받아쳤다.

학자라면 모름지기 ‘해석’에 앞서 ‘사실’관계부터 정확해야 한다. 그런데 이 교수는 이런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 그가 만든 교과서는 독재정권 미화와 편파적 역사해석 정도의 차원을 떠나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오류투성이다. ‘3·1 운동 직후 일본이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배우게 했다’는 등 곳곳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즐비하다. 이런 엉터리 교과서를 만든 것은 학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창피한 기색도 없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좌파척결의 중요성을 늘어놓았다.

이 교수의 이날 발언도 허위사실과 편향된 인식으로 가득 찼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잘못된 나라’라고 인식했다”는 등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사진을 여과 없이 가져다 쓰는 바람에 오류투성이 교과서가 됐다는 비판이 무성한데도 그는 여전히 인터넷상의 허황된 말을 끌어다 강연 재료로 활용했다.

이 교수보다 더 한심한 것은 새누리당이다. 의원들이 50여명이나 몰려들어 이 교수의 강연을 박수 쳐 가며 들었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발언이라면 그 말이 역사적 사실관계가 맞는지 틀리는지, 친일사관에 물들어 항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저열한 인식수준을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은 이 모임을 이끄는 김무성 의원의 정치적 행보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 안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내 차기 지도자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김 의원이 갑자기 ‘역사교육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 의원이 들고나온 ‘역사전쟁’은 참으로 보기 역겹다. 자라나는 세대가 배우는 역사 교육의 문제는 되도록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김 의원이 역사인식이 제대로 박힌 정치인이라면 오류투성이 교과서를 만든 학자를 불러 엉뚱한 강의를 듣기보다 교과서에 기술된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관계부터 바로잡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이승만 영웅전·친일 미화’, 역사왜곡 교과서 심층해부 [한겨레케스트#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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