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9.12 18:59 수정 : 2013.09.12 18:59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송전탑 문제로 밀양을 방문했다. 정 총리의 방문은 정부 차원의 마지막 노력이어서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말만 주민과의 대화일 뿐 정 총리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시종일관 밝혔다. 송전탑 반대대책위 주민들이 간담회장을 박차고 나온 데서 보듯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정 총리가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한전은 추석 이후 공사를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이다. 그럴 경우 주민들과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송전탑이 삶의 터전을 짓밟는다고 여기는 주민들은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주민들이 정 총리에게 공사를 재개하지 말라는 호소문을 전달한 마당에, 정부가 총리의 밀양 방문을 공사 재개의 명분 쌓기로 삼아선 안 된다.

정부는 한전이 제시한 13개 지원사업 외에 애초 제시된 보상금 165억원을 185억원으로 증액하고, 이 가운데 40%를 각 가구에 평균 400만원씩 직접 보상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가구별 직접 보상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금지돼 있어 엄밀하게 보면 위법이다. 정부가 돈으로 생색은 냈지만 전자파 때문에 안심하고 살 수도 없고 보상 대상 토지도 송전선로 부근의 매우 협소한 범위로 제한돼 있다고 한다. 결국 직접 보상 방식을 내놓음으로써 찬반 주민들 사이만 갈라놓을 우려가 높다.

다른 지역과 달리 밀양 송전탑은 민가와 농토에 너무 가깝게 설계됐고 송전선로는 높이가 140m에 이르는 초고압 송전선로여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주민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민들의 상처와 아픔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한전이 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갈등이 심화됐다. 2006년 밀양 주민들의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8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한전은 공사 강행에만 열을 올렸다. 송전탑이 불가피한 것인지, 지중화 등 다른 대안은 없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자는 전문가협의체도 들러리로 만들고 말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신고리 원전 3호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는 기존 송전선로들을 통해 송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건설중인 신고리 3호기의 준공시점이 위조 부품 때문에 미뤄져 시간상으로도 그리 촉박하지 않다.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