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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참사’ 김석기가 공기업 사장 후보라니 |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9일 3배수 사장 후보자에 ‘용산참사’ 때 철거민 강경진압을 진두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포함했다. 어처구니없고 경악할 일이다. 무리한 진압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을 숨지게 함으로써 사회적 분노와 갈등을 조장했던 사람을 공기업 사장 후보에 넣는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다.
김씨의 후보 추천은 두 가지 점에서 온당하지 않다. 첫째, 도덕적 하자이다. 그가 비록 용산참사와 관련해 형사처벌은 면탈받았다고 하나 참사를 초래한 경찰 지휘자로서의 도덕적 책임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후보자에 포함한 것 자체만으로 용산참사의 유족을 욕보이고 사회적 갈등을 재점화하는 일이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그에 대해 “공기업 기관장이 아니라 수인이 되어야 한다”고 한 것은 도덕적인 면에서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둘째, 그는 공항공사와 관련해 실무적 전문성도 전혀 없는 인물이다. 공항공사는 김포, 김해, 제주 등 14개의 지방공항을 통합 관리하는 공기업으로, 공항을 효율적으로 건설, 관리, 운영하는 일을 맡는다. 경찰에서도 외사 업무를 주로 했던 그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공기업에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한 박근혜 정부의 인사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김씨 스스로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고 후보 사퇴를 하는 것이다. 그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임명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많은 사람이 이번 일을 공기업 사장 한 사람을 임명하는 차원이 아니라 박 정권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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