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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량파괴무기 폐기 선례 돼야 할 ‘시리아 합의’ |
미국과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각)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폐기하기 위한 기본틀에 합의했다. 시리아 정부도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른 의무를 서둘러 이행하기로 약속한 상태여서 이번 합의의 실행 가능성은 큰 편이다. 이번 합의가 대량파괴무기(WMD)를 폐기하는 새로운 선례가 되길 바란다.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합의가 이뤄지면서, 그러잖아도 미국 안팎에서 비판받아온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안은 힘을 잃었다. 8월 하순부터 국제사회를 분열시켜온 시리아 군사개입 문제가 사실상 일단락된 셈이다. 시리아 정부와 가까운 러시아가 합의를 도출하려고 적극 나선 주된 이유도 군사개입안을 무산시키기 위해서였다. 시리아 정부도 미국의 군사개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고 애써왔다. 대량파괴무기를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삼아온 나라가 이를 폐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의 의의는 적잖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합의가 잘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합의 내용은 우선 시리아 정권이 일주일 안에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11월까지 국제 사찰단을 입국시켜 화학무기 생산·혼합·장착 장비 등을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이 과정에 전면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나아가 앞장서서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번 합의가 시간끌기용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또한 군사개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합의 이행에 전념해야 마땅하다.
시리아의 화학무기와 북한 핵은 정권안보를 위한 대량파괴무기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둘 다 지구촌의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시리아의 경우 내전이 진행 중인데다 정부 쪽이 이미 화학무기를 사용해 큰 인명피해가 나온 점에서 문제의 성격은 크게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돼 화학무기 폐기에 성공한다면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관련국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의견을 조율하고 해법을 찾아 실천하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시리아 내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는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야 사태를 풀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다. 만약 국제사회의 이견이 다시 불거지고 내전이 거세진다면 화학무기 폐기 합의마저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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