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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려스런 박 대통령의 ‘고집불통’ 정치 |
16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1시간30분 동안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마주앉았지만 평행선을 달렸을 뿐이다. 정국을 풀자고 만난 회담이 오히려 정국을 더 꼬이게 한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보인 시국 인식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채동욱 검찰총장 감찰 건에서부터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에 이르기까지 야당과 접점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했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는 대선 공약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 식의 고집불통 정치로는 국정의 장기 표류가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인식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사과 요구를 받고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대선 직전 박 대통령이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댓글 증거가 없다”고 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니 사과하라는 김 대표의 요구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북방한계선(엔엘엘) 관련 내용을 폭로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조차 혼동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국정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자신이 후보로 출마한 대선에서 정보기관의 불법개입이 확인돼 고위 공직자들이 기소됐고, 자신의 대선 캠프 인사들이 관여된 의혹이 제기됐다면 마땅히 국민 앞에 유감을 표명하는 게 도리다. 이 정도의 성의 표시도 없이 어떻게 정국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엔엘엘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공개한 것”이라고 정당성을 옹호했다. 정상 대화록을 편법으로 공개한 정보기관의 범죄적 행위를 큰 틀에서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개혁안을 내놓으면 국회에서 보완해달라는 논지를 폈다. 고질적인 정치 개입 문제를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라는 것인데, 비현실적일뿐더러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국회에 국정원 개혁 특위를 설치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번 회담 결과는 박 대통령이 이런 꽉 막힌 인식으로 과연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하는 회의마저 들게 한다.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 정국을 큰 틀에서 풀겠다는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는 생산적인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치가 계속되면 나라가 흔들리고, 국민이 불행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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