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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8 20:41 수정 : 2005.08.28 20:42

사설

정부가 지난 주말 한-일 협정 관련 문서들을 공개하면서 군대위안부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고 밝힌 데 대한 일본의 반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한국 정부와 “입장이 다르다”는 짧은 말로 응수를 했고,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피해갔다.

고이즈미 내각의 간판급 장관들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교대로 망언을 되풀이했던 사례들을 염두에 두면, 일본 지도자들이 대국적 견지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일로 여겨진다. 분명히 밝혀두고 싶은 것은 법적 책임을 따지겠다는 것이 한국 쪽의 이익을 억지로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실망하는 이유는 일본이 경제력에 걸맞게 ‘성숙한 대국’으로서 처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가 정당하게 매듭지어져야 동아시아공동체 건설이 아득한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일본과 이웃나라들이 과거사 문제로 소모적 대립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진정한 화해와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1965년의 한-일 협정은 양쪽의 대표단이 오랜 협상기간 어떤 논쟁을 벌였건 간에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꿴 문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강제 병탄과 가혹한 식민지 지배로 뒤틀린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문서이지만, 어느 구석에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는 고사하고 유감표명조차 언급돼 있지 않다. 군대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80년대 후반의 일이니 협정 체결 당시에는 이런 반인도적 범죄가 거론됐을 리가 없다.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안은 국제무대에서 이웃의 너무도 뻔뻔한 행태를 계속 고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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