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8 20:43
수정 : 2005.08.28 20:43
사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영국의 <더 타임스>에 의해 한국민의 남북 화해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소개됐다. 세계적인 뉴스채널 <시엔엔(CNN)>도 박광현 감독과 주연배우 신하균씨의 인터뷰를 이번주 방영한다. 이들의 관심은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평화에 대한 한국민의 시각일 게다.
물론 <웰컴 투 동막골>이 세운 기록만으로도 일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난 4일 개봉해 불과 23일 만에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속도는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역대 2위(<실미도>와 동률)이다.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말아톤>이 8주 만에 세운 기록이다. 신인 감독에 톱스타는 1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제작비도 쥐꼬리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기록보다 <웰컴 투 동막골>의 몽상 같은 판타지와, 이에 대한 수백만 관객의 호응에 더 주목한다. 둘이 만나는 지점에 우리 시대의 간절한, 그러나 드러내기 힘들었던 꿈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던 미군, 국방군, 인민군이 한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손을 잡고 목숨을 걸 수 있을까. 어떻게 계급장 떼고 피부색, 이념, 빈부의 차이를 벗어나 행복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이념과 지역, 나이, 계층 갈등으로 골병이 들어가는 우리의 현실에선 그야말로 잠꼬대 같은 일이다. 그런 꿈을 말했다가는 ‘맛이 갔다’는 소리나 들을 터이다. 그럼에도 그 잠꼬대 같은 ‘동막골’행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거기에 희망은 있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꾸면 현실이 된다. 압도하는 갈등구조에 의해 유폐됐던 ‘동막골의 꿈’을 해방시켜 우리 시대의 꿈임을 확인시켜준 영화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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