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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베 총리의 후쿠시마 원전 ‘궤변’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오염수 유출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찾아 “오염수의 영향은 항구 내 0.3㎢ 내에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이달 초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한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오염수 문제의 국제적 파장을 애써 축소하려는 의도일 테지만 국제사회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다.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선 일본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사히신문>은 20일치에서 “총리가 다시 한번 오염이 차단돼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항구 밖에서 아직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농도가 옅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노세 나오키 도쿄도지사도 “현재 반드시 통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항구 내 부두지역에 차단막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해수가 항구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기 때문에 오염수의 영향이 항구 내로 국한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 국민의 64.4%가 아베 총리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 정부의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를 두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운운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오염 수치가 측정되고 있는 세슘 이외에 다른 방사성물질은 오염 여부조차 제대로 측정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일본산 수산물 전체를 수입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수입제한 조처를 취한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국제사회의 근심거리가 된 지 오래다. 양파 껍질 벗기듯 이런저런 문제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가 전혀 없다는 식의 비합리적인 태도는 오히려 국제사회의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킬 뿐이다. 문제를 감춘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에 대해 더욱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문제없다는 식의 궤변만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방사성물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가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일본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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