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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의 제 논 물대기식 추석민심 해석 |
한가위 연휴가 끝나고 정치권이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타진하고 있고, 민주당도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앞으로의 정국 대처 방안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여야 대표 3자회담 이후 더욱 첨예해진 대치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번주가 분수령을 이룰 전망이다.
여야는 한결같이 연휴 기간 동안 확인된 추석 민심을 앞세운다. 새누리당 쪽은 “대다수 민심은 국정원 문제로 그만 싸우고 경제를 살리고 민심을 살피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을 향해 국회로 돌아오라고 압박한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 정도로 자기 고집을 내세울 줄 몰랐다고들 하더라”며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에 대한 따가운 민심을 전한다. 추석 민심에 대한 해석부터가 각기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니 과연 경색 정국이 쉽게 풀릴지 의구심이 든다.
사실 민심은 여야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에서부터 시작해 정치권의 싸움에 대한 반감,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대한 냉소 등이 한데 섞여 있고, 이에 대한 책임론도 혼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정국 파행 책임의 경중을 굳이 따지자면 청와대와 여당의 몫이 훨씬 크며, 막힌 정치의 물꼬를 틀 일차적 책임도 여당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정국의 구도를 ‘민생 대 비민생’의 구도로 짜려는 것은 정국 타개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여당은 민생을 위한 정치를 열심히 하려는데 야당은 당리당략을 위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여론 조성은 식상하기도 하려니와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 지금 서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난은 이명박 정권 5년을 포함해 지금까지 국정을 이끌어온 새누리당의 책임이다. 새누리당은 누구 탓을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무능과 정책 실패를 탓해야 옳다.
야당의 원외투쟁 문제도 마찬가지다.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을 다시 국회로 돌아오게 만들려면 최소한 회군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의 상식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 3자회담에서 야당이 요구한 7가지 사안에 귀를 기울이는 시늉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당한테 무조건 백기항복을 하고 국회로 돌아오라고 우기는 것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의 경색 정국을 푸는 최선의 길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인식 변화다. 자기만 옳다는 식의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대통령, 이런 꽉 막힌 대통령의 뜻을 따르기에 급급한 여당으로는 우리 정치가 계속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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