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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산가족 상봉, ‘비난’ 넘어 ‘현실적 해법’ 찾아야 |
25~30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산가족 상봉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북쪽이 21일 돌연 연기를 선언하고 나선 탓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22일, 상봉 예정 장소인 금강산 관광지구에 미리 들어가 행사를 준비하던 선발대 13명과 시설 점검팀 62명을 모두 철수시켰다. 허탈한 일이다. 특히, 추석 연휴 동안 혈육 상봉을 학수고대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을 나이 든 이산가족 어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북쪽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전날에 이어 22일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회담 연기는 “괴뢰도당의 극악한 동족 대결 책동의 산물로서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보수패당에 있다”고 우리 쪽에 책임을 떠넘겼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도 순조롭게 풀리고, 태극기를 앞세운 우리 쪽 역도 선수단이 평양에서 자유롭게 경기를 하는 유화 분위기 속에서 나온 북쪽의 뚱딴지같은 몽니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번 북쪽의 이산가족 상봉 연기 조처는 명분도 논리도 없고, 남쪽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힘들다.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모두 이구동성으로 북쪽의 돌출 행동을 비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북쪽을 비난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북쪽의 숨은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연기된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빨리 다시 성사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더 이상 남북 간의 힘겨루기나 말싸움의 소재가 될 수 없는 긴급한 인도 문제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앞으로 20년만 지나면 이산가족 1세대는 모두 세상을 떠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7만2000여명인데, 매년 4000명 정도가 세상을 뜨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쪽이 이산가족 문제를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인도 문제로 제기한다 해도 북쪽이 이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려고 하는 현실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는 우리 쪽의 의지와 원칙뿐 아니라 상대의 협조와 협력을 얻어야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북쪽이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하는 사안의 하나일 수 있다. 북쪽의 이런 전략은 조평통이 6월6일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 들어 최초의 남북대화 제의를 하면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제의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시한다면, 원칙론을 넘어 북쪽이 원하는 것과 주고받는 식의 실용적 방안도 적극 모색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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