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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25 18:44 수정 : 2013.09.25 18:4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이란 핵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의 발언은 상당한 입장 전환이다. 이제까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에 독일을 더한 ‘P5+1’ 그룹이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해왔으나 앞으로 미국이 직접 이란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8월 초 취임한 이후 형성되고 있는 유화 분위기를 반영한다. 로하니 대통령도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무기는 물론 대량살상무기는 안보와 방위 측면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미 관계 개선을 희망했다. 물론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이란 핵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시도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최근 이란과 마찬가지로 대미 대화 공세를 펴고 있다. 9월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반관반민(1.5트랙) 6자회담 참가국 토론회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쪽 참석자들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며 6자회담의 즉각 재개를 요구했다. 북한은 이번주와 다음주에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핵 관련 1.5트랙 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먼저 분명한 비핵화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북 대화 시작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미국 안에서 북한 문제보다는 이란 핵과 시리아 사태를 포함한 중동 문제에 훨씬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등장이 이란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풀려면 대북 대화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예비적 접촉조차 피한 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북한이 먼저 손들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이런 ‘전략적 인내’ 정책은 지난 몇 해 동안 핵 문제를 더 악화시켰을 뿐이다. 미국이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데에는 우리 정부도 책임이 있다. 정부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동력을 높여가기는커녕 미국보다 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23일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나 이란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북한 핵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것만으로도 한·미 두 나라가 북한 핵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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