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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누워서 침 뱉는’ 여당의 선진화법 개정 주장 |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소송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야당이 선진화법을 국정 발목 잡기에 이용하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 직면할 것이고, 선진화법의 수명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의 발언에 이어 새누리당은 당내 변호사 의원들을 중심으로 티에프를 구성했다.
지난해 5월 개정된 국회법 조항을 일컫는 국회선진화법은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안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과반(150석)이 조금 넘는 새누리당 의석(153석)으론 사실상 단독 처리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돼온 집권여당의 날치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이 법은 여야가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폭력을 없애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처럼 합의로 만들었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만든 법을 위헌 소송이라도 해서 바꿔 보겠다고 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한마디로 누워서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선진화법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세웠고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대표가 새 정치를 표방하며 이 법 도입에 앞장섰다. 그런데 총선, 대선이 끝났다고 이 조항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집권당이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날치기를 해보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공약 위반이다.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에서조차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황우여 대표는 이 법을 두고 “선진 국회의 꿈과 원숙한 의회민주주의 성취를 위해 어렵사리 탄생한 법”이라고 말했고, 남경필 의원은 “여야 대타협으로 만들어낸 선진화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처리가 지연된 사례도 없다. 사전에 문제점을 예단해서 법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 야당도 선진화법을 볼모로 비합리적인 저지 투쟁만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일각의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은 그간 계속돼온 집권세력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과 궤를 같이한다. 도무지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운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슨 군사작전 하듯 야당을 밀어붙일 생각만 하는 것이다. 선진화법 개정 주장은 야당이 거치적거리니 옆으로 치워버리자는 쿠데타적 발상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선진화법 개정 운운하기에 앞서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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