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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29 19:08 수정 : 2013.09.29 19:08

채동욱 검찰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함에 따라 30일 퇴임식을 한 뒤 검찰을 떠난다. 청와대 쪽은 “채 총장이 (법무부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면 검찰 조직이 불안정해진다”고 사표 수리 이유를 밝혔으나 변명에 불과하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선거법 적용을 관철한 뒤부터 청와대가 끊임없이 채 총장을 흔들어왔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혈액형 대조’ 운운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검찰 주변에 ‘추석 전 사퇴설’이 파다했던 것도 익히 알려진 바다.

<조선일보>의 혼외아들설 보도는 어찌 보면 ‘찍어내기’ 공작의 마무리 절차에 불과했던 셈이다. 치명적인 내용을 당사자 확인도 없이 ‘밝혀졌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해놓고, 두 당사자 모두 부인하자 뒤늦게 ‘의혹’이라고 후퇴한 극히 이례적인 보도 방식 자체가 이미 공작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음은 언론계의 상식이다.

이제 채 총장이 물러나는 마당에 황교안 법무장관이 그 자리에 계속 버티고 앉아 있을 명분도 자격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기획한 ‘채동욱 찍어내기’의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함으로써 ‘정치검찰’의 치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쳐온 검찰을 다시 오욕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어 버린 결정적인 책임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정원 사건에 선거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검찰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버팀으로써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한 사람만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사건을 축소하도록 했다. 이후 채 총장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에 방패막이가 되기는커녕 거꾸로 그에 대한 ‘신상털기’를 지시함으로써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도 황 장관이다. 청와대가 사표 수리를 보류하자 이번에는 양심 있는 법률가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정황론’만으로 현직 총장을 파렴치한으로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황 장관 자신이 스스로 ‘정권의 충견’ 되기를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검찰 조직 전체가 졸지에 정권의 말 한마디에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충견으로 전락해버렸다. 법무부의 이런 태도에 일선 검사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건 불과 얼마 전 성추문에 휩싸여 동영상까지 찍힌 김학의 차관을 감싸던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최소한의 형평성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검찰총장이 취임한다 해도 정치적 중립 운운하는 건 사치일 뿐, ‘권력의 시녀’ ‘정권의 충견’ 소리나 듣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 됐다. 황 장관에게 손톱만큼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당장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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