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10.01 19:17 수정 : 2013.10.01 19:17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총수 있는 재벌기업의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 되는 계열사에는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금지 기준이 너무 느슨함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우선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에 한해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다는 기준 자체가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를 넘으면 내부거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을 들어 이를 금지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러다 보니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재벌기업의 계열사 1519개 중 일감 몰아주기 적용 대상이 되는 계열사는 208개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인 계열사도 다른 계열사나 임원 등의 지분을 합한 내부지분율이 높아 사실상 총수일가의 재산증식에 이용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금지 적용 지분율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

연간 거래 총액이 거래 상대방 매출액의 12% 미만이고 200억원 미만인 거래는 금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애초 공정위안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이 기준도 좀더 낮추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효율성이나 보안성, 긴급성 등이 요구되는 거래는 예외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준 것이다. 재벌기업이 부품이나 자재를 구입할 때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로부터 구입하는 게 효율성이 높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면 이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보안성 기준도 그렇다. 다른 회사와 거래했을 때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와 거래하는 걸 용인하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정확히 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재벌기업들이 이런 규정을 악용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걸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그동안 총수일가들이 편법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이는 또 재벌 계열사가 아닌 개별 중소기업들엔 아예 경쟁 기회 자체를 박탈해버림으로써 기업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엄격히 시행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애초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느슨해진 금지 기준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