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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 참사 책임자까지 중용하는 오만한 인사 |
용산 참사 강제진압의 책임자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공항공사 주주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서면결의 형태로 주주총회를 열어 김 전 청장을 최종 후보로 내정하면서 안전행정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 절차만 남았다고 한다.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 전 청장은 무리한 진압에 따른 사고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사고 한달여 만에 사퇴했다. 당시 경찰의 기습 작전 와중에 철거민 5명, 경찰 1명 등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김 전 청장의 발탁에는 박 대통령 의중이 실렸음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주요 직위는 물론이고 많은 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둔 채 좌고우면하고 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인사만 했다 하면 흘러간 인물이나 문제투성이인 사람을 데려다 쓰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형국인 셈이다.
김 전 청장의 발탁은 퇴행적이고 오만하기까지 한 일련의 박 대통령 인사와 궤를 같이한다. 두 번씩이나 비리 혐의로 유죄를 받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 정치자금 비리로 지난 대선 때 중도하차한 홍사덕 전 의원의 민화협 상임의장 선임, 초원복집 사건으로 지역감정을 일으킨 장본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기용 등에서 보듯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인사로 일관하고 있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면 어떤 큰 흠이 있더라도 요직에 앉히고 마는 ‘고집불통’ 인사가 되어가고 있다.
김 전 청장에게서 항공 관련 전문성이나 비전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대형 참사 책임자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공기업 사장이 된다는 것부터가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다. 그가 영남대 출신에 영남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점에서 영남대 전 이사장인 박 대통령과 연관있는 정실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낙하산 인사 중에서도 최악의 낙하산 인사다.
아무리 쓸 사람이 없다고 해도 문제의 인물들만 콕 집어서 발탁하는 ‘오기 인사’는 참으로 곤란하다. 국민도 참는 데 한계가 있다. 집권 초기처럼 승리감에 도취해 막무가내식 인사를 할 시기도 지났다. 국민의 아픈 상처에 다시 소금을 뿌리는 인사, 국민을 편 가르는 인사는 그만할 때가 됐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인사,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인사를 하라는 국민의 끊임없는 애원에 대해 박 대통령은 최소한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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