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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07 20:35 수정 : 2013.10.07 20:35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괴뢰패당이 우리의 경고를 끝까지 외면하고 북침 핵전쟁 도발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4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해 강도 높게 비난한 이래, 조평통, <로동신문> 등 선전기관이 돌아가며 연 나흘째 강도 높은 대남 비난을 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 정부도 강경하게 맞불을 놓고 있다. 박 대통령은 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차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약속하고 사흘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는 바람에 평생을, 50년 이상을 기다려온 이산가족에 상처를 준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압박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에 대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실명으로 비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초보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비이성적 처사”라고 즉각 받아쳤다. 대화 창구인 통일부가 직접 대북 비난의 전면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산가족 상봉 무산으로 초래된 남북 경색 국면이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신뢰프로세스가 집권 1년차에 커다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갑자기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하고 나온 북한의 돌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끌려가는 처지에서 합의한 뒤, 이산가족 상봉에서조차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도 다른 나라와 외교교섭처럼 주고받기의 산물이고, 북한은 그중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상대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애초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로 신뢰를 구축한다는 신뢰프로세스가 어느 순간부터 ‘신뢰가 없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도그마로 변질한 탓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한때 개성공단의 재가동 합의가 이뤄지자,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성공이라고 환호작약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북 상황은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남북관계의 진전은 있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어느 단계에서 어느 것을 주고받으며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간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신뢰프로세스는 허명에 그칠 공산이 크다. 중요한 것은 말싸움이 아니라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내용의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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