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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근로시간 단축, ‘선언’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
새누리당과 정부는 7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환영할 일이다. 일찍 퇴근해 온 가족이 함께 밥상에 모이는 ‘저녁이 있는 삶’과 일주일에 하루쯤은 맘껏 늦잠을 잘 수 있는 여유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자리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따라온다.
물론 이번 당정협의는 ‘뒷북’의 성격이 짙다. 법원은 이미 판결을 통해 ‘주 4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의 경우 휴일이나 평일에 상관없이 모두 연장근로시간으로 규정한다’고 일관되게 밝혀왔으나, 노동부가 의도적으로 행정해석을 잘못 내려 68시간 노동 체제가 굳어져왔기 때문이다. 당정협의는 법원의 판단을 뒤늦게 따라간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관행을 깨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낙후된 설비와 저임금 구조 속에서 버텨온 중소기업으로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매출 감소와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낡은 생산라인을 교체하도록 지원하고, 근로자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대하는 대기업의 태도 변화도 따라야 한다. 사실 연장근로, 휴일근로가 필요한 중소기업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기술수준이 낮고, 생산설비가 낡은 하청업체가 대기업의 생산 속도에 맞추려면 잔업과 휴일근무밖에는 길이 없는 게 현실이다. 초과이익 공유제 등을 통해 하청업체들의 투자여력을 높이고,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는 방법이 함께 따라야 근로시간 단축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 처지에서도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은 작고 초과근로수당 등 법정 수당은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급여가 설계되어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급여가 낮아질 가능성이 아주 큰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행 급여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사간 대화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렇듯 근로시간 단축은 ‘선언’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산업 생태계와 더불어 임금체계까지 함께 변화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사이의 활발한 논의뿐만 아니라, 노사정이 서로 머리를 맞대는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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