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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와 감독당국 책임 무거운 동양 사태 |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와 감독당국의 책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일 계열사 간 자금거래의 위법성이 발견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동양그룹이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기업어음을 수년간 우회 발행했으며 감독당국은 이를 알고도 쉬쉬했다는 정황도 불거졌다. 부도덕한 대주주와 부실한 감독당국의 합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법정관리 신청 전 1주일 동안 1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고 한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넘기지는 않았지만 계열사들이 서로 기업어음 물량을 받아주며 돌려막기를 했다. 자금 사정이 나은 계열사가 어려운 계열사의 급한 불을 꺼주려고 했던 것이다. 과거 엘아이지그룹처럼 상환능력이 없어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회사가 그 시기에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 대주주 일가가 막판에 대여금고에서 거액의 자금을 인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빨간불이 켜진 동양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는 대신 어음 돌려막기를 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런데 감독당국은 이런 위법적 행위를 적어도 1년 전에 적발했으나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부랴부랴 특별검사에 나서 이 문제까지 살펴보겠다는 감독당국의 처신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은 계열 증권사가 계열사 어음이나 증권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동양은 일단 다른 증권사가 인수하면 이를 받아서 고객에게 파는 수법으로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를 회피했다고 한다. 겉보기에 중개 행위를 한 것이지만 상당부분 발행 당일 떠안아 우회 발행을 한 것이다.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안게 된 개인투자자가 5만명에 이른다. 개인투자자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 사례가 적지 않다. 직원들에게 기업어음 판매를 강요하면서 절대 망할 위험이 없다고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은 약과다. 하도급 업체에 회사채를 강제로 떠안긴 사례도 있다고 한다.
금감원은 2008년 이후 동양증권을 상대로 세 차례의 검사를 실시해 불완전판매 사실을 적발했지만 기관경고나 수천만원의 과태료 부과 등으로 끝내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 판매를 묵인한 꼴이 됐다. 대주주는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이용했고, 감독당국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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