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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10 19:03 수정 : 2013.10.10 19:03

공직자의 삶은 일반 시민보다 훨씬 엄정한 잣대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공직자는 나라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해야 하고, 공동체의 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이 낸 세금으로 살아가는 공직자가 져야 할 의무다. 공직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의무도 더욱 엄격해지는 건 당연하다. 서양에서는 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의무)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왕자가 직접 공군 조종사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에 달려나가는 것이 좋은 예다. 동양에서도 공직자의 염치는 매우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나온 몇 가지 사례는 염치는커녕 뻔뻔하기가 시정잡배만도 못한 공직자들이 수두룩함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외교관 자녀의 복수 국적 취득이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외교관 자녀 가운데 복수 국적자는 130명이고, 이 중 90.8%인 118명이 미국 국적자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외교관 신분일 때는 이중 국적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영사관 근무나 연수를 이용한 출산 등으로 미 국적을 취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제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해 국익을 다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외교관이 나라가 제공한 기회를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의 방편으로 악용한다는 얘기인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진배없다. 자기 돈을 내고 원정출산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보다 훨씬 질이 안 좋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용된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가 이중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가 병역 면제를 위해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회피했다는 점에서 외교관 자녀의 이중 국적 취득보다 더 충격적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 초기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하고 주요 국정과제의 기획을 담당하는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신중돈 국무총리실 대변인, 신원섭 산림청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자녀의 국적 포기가 이들이 공직에 기용되기 전의 일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인사 과정에서 이런 기초적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면 인사검증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면 나라가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것이다.

지금 공직자와 그 예비군 가운데는 고위 공직자로서 나라에 봉사할 기회를 얻기 위해 자녀의 병역이나 국적 등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국가에 대한 공적 헌신보다. 자녀의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공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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