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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채 문제로 휘청대는 미국, 대타협이 필요하다 |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2주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방정부의 현금이 바닥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도 있는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미국의 채무 문제가 지구촌 전체를 불안하게 하는 상황이다.
오는 17일 1200억달러어치의 단기 국채가 만기가 되지만 미국 재무부는 300억달러의 현금만 갖고 있다고 한다. 이자만 내고 만기를 연장하더라도 11월 초순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추가로 수천억달러어치나 돼 계속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부채한도 상한을 높이려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확대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반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다수 의원은 의료보험 혜택 축소를 비롯해 큰 폭의 재정적자 삭감을 요구하면서도 증세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그 영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채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세계 경제는 큰 재앙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연이어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행사 등에 참석하지 못해 위신의 추락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부채한도 상한을 높이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으나 이는 문제를 미뤄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지난 3년 동안 장기적인 부채 삭감 계획을 짜려는 초당적 노력이 다섯 차례나 있었지만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의 부채 문제는 이미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와 정치권은 국민과 세계 경제를 볼모 삼아 끝없이 맞서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내용의 의료보험 체제를 구축할지, 조세정책을 어떻게 할지 등은 미국이 선택할 일이지만, 그 과정이 미국 안의 모순을 지구촌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각국은 갈수록 미국과 거리를 두고 관계를 재조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내 정책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은 최근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둘러싼 움직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16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런 대규모의 부채 문제를 풀려면 임시방편이 아니라 미국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대타협이 연방정부와 정치권 사이에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세계 경제가 공생의 길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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