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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의 ‘노조 파괴 문건’, 불법성 철저히 가려야 |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전략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란 제목의 문서로 151쪽에 이른다고 한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탄압 사례는 숱하게 고발됐지만, 이번에는 삼성의 무노조 전략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완결판’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의 문건은 단순한 시나리오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집행됐다. 문건은 계열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문제 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개개인에 대한 ‘100과 사전’을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개인 취향, 사내 지인, 자산은 물론 주량까지 꼼꼼히 수집해 현재 사용 중에 있다”고 적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더니, 역시 치밀함이 돋보인다. 과거 중앙정보부도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반정부 인사의 동태를 감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며, 개인 자산 파악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2011년 7월 설립된 삼성에버랜드 노조에 대한 탄압도 이 문건대로 실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건은 “문제 인력 4명이 노조 설립했고, 적극적 대응으로 미확산”됐다고 평가했다. 노조 설립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해 노조의 세 확산을 저지한 것을 ‘성공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최근 법원도 삼성에버랜드가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했다고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조합원들이 유인물을 배포하려 하자 회사 쪽이 이를 제지하고 배포된 유인물을 수거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법원이 지난 10일 “이를 제지하거나 방해한 삼성에버랜드 측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의 부당노동행위가 분명해진 만큼 고용노동부나 검찰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과거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들도 이 문건으로 그 의미와 성격이 선명히 드러났으니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의 노조에 대한 태도다. 고 이병철 회장 이래 삼성의 무노조 원칙은 75년간 철칙으로 유지되고 있다. 20년 전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선언했지만 무노조 전략만은 바뀌지 않고 있다. 온갖 불법과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는 문건이 임원들 교육용으로 만들어지는 현실도 무노조 전략 때문이다. 문건을 공개한 심상정 의원의 말마따나, 국회가 삼성 무노조 전략에 대한 엄중한 감시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건희 회장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동안의 불법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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