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이석기 의원 세비 중단은 위헌적 발상이다 |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세비 지급을 중단하고 정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국회의원 수당법 등을 고쳐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상 내란죄 혐의로 구속되거나 기소된 때는 수당 등을 주지 않고, 자료제출 요구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직 유죄 판결을 받지도 않았는데 현역 의원에 대해 수당 지급을 제한하고 기본 활동을 막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 27조 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녹취록에 나타난 이 의원 발언이 아무리 시대착오적이라 하더라도 법원에서 유무죄를 가리기도 전에 의원 자격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현행법에 따라 이 의원은 구속 중에도 한달 평균 1150만원 정도의 세비를 받는다고 한다. 이는 국민 정서상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헌법정신을 어겨가면서까지 서둘러 정치적 단죄에 나설 일은 아니다. 두 법 개정안을 이 의원에게 적용하려면 소급 입법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무리가 따른다.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의 해산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섣부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근 “북한 체제 추종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헌법에 근거하는 정당 자격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법무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에 대해선 아직 사법부 판단이 나오지 않았고, 설사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이 의원 그룹을 통합진보당과 동일시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당 역시 국민 정서를 의식한 나머지 새누리당의 위헌적 발상에 맞장구를 치는 것은 곤란하다. 야당의 역할은 집권 여당이 앞뒤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언동을 일삼을 때 이를 견제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이 의원에 대한 처리는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차분히 진행하면 된다. 엄밀한 사법적 판단을 거친 뒤 종국적으로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미래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정치권이 예단해서 나설 일이 아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