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연금만이라도 대선 공약 지켜야 |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연금 확대를 위해 장애인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2일 입법예고하고 현재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18살 이상 중증장애인 가운데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63%에서 70%로 확대하고 기초급여를 현재 9만6800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수치로만 보면 조금 개선됐다고 할 수 있으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한 공약과 다르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에 대해 “65살 이상 모든 노인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수위 때만 해도 “중증장애인 100%에게 연금 지급”이라고 명시했는데, 입법예고 때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후퇴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근로연령대 인구(20~64살) 7명 중 1명(14.3%)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만성질환이나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6% 정도의 장애출현율을 보인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장애 개념을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250만명도 전체 장애 실태를 다 반영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장애등급 1, 2급을 중심으로 하는 중증장애인은 52만명이다. 이 52만명 가운데서 또 추려서 소득 하위 70%인 36만4000여명에게만 장애인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 연금의 지급 기준이 되는 선정기준액도 문제다. 장애인연금은 기초연금과 연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전체 노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장애인연금은 전체 장애인 250만명의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52만명의 소득기준만을 적용하고 있다.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이나 고용률은 65살 이상 노인인구와 비교해 절반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득수준도 월 39만5000원으로 노인의 58만4000원보다 훨씬 낮다. 중증장애인의 처지는 이렇게 노인보다도 훨씬 열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억지로 소득 하위 70%라는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장애인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기초연금 공약을 파기했다. 이제는 장애인연금 약속마저 뒤집으려 하고 있다. 장애인연금은 장애인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안정시키고, 공적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장애인연금만이라도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