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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5 18:34 수정 : 2013.10.25 18:34

전방 부대의 여군 대위가 직속 상관인 소령의 성관계 요구와 성추행, 폭언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악의 군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다. 군은 이제까지의 미온적인 대책이 이런 일을 불러온 게 아닌지 되돌아보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 소령은 숨진 여군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 생활 편하게 해주겠다’며 거의 매일 야근을 시켰다니 놀랍다. 그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폭언과 질책을 쏟아냈다. 대위가 10월16일 자신의 승용차에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유서는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에 시달렸다’며 소령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이 여군이 임관 이후 각종 포상을 10여차례나 받고 약혼자까지 있었다니 더 안타깝다. 여군의 부모도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군 성폭력은 하루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몇 해 동안 평균 하루 한 번꼴로 성범죄가 보고되고 있다. 올봄에는 육군사관학교 안에서 상급 학년의 남성 생도가 여성 후배를 성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육군 특전사령관이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일이 드러나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여러 사건이 불거지자 국방부는 여름부터 여성가족부와 함께 군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으며, 앞서 2008년에는 여성고충상담관을 두는 내용 등을 포함한 ‘성군기 위반사고 방지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군 성범죄 사건 가운데 3분의 2 정도는 재판에조차 가지 못하고 불기소 처리되고 있으며, 가해자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지는 사례도 드물다.

여군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장교가 전체의 6.2%, 부사관은 3.4%에 그친다(올해 6월 말 기준). 계급이 높아질수록 비율은 더 떨어진다. 상명하복을 원리로 하는 군의 특성상 남성 상급자나 지휘관이 성추행을 할 경우 일반 사회에서보다 피해자의 고통이 훨씬 심하고 지속적이지만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는 더 어렵다. 따라서 성범죄를 줄이려면 군 전체가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제도와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각종 성교육의 강화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가해자에 대한 엄벌, 관련 정보의 충분한 공개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여군의 비율이 높고 역사가 긴 미군은 불관용 원칙을 성범죄에 대한 기본입장으로 정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한다고 한다. 많은 전·현직 여군으로부터 ‘여군의 적은 남군’이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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