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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 제한 완화, 어디까지 가려는가 |
24일 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재벌)의 출자총액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재계가 계속 반발하는 것은 유감이다. 더욱이 정부가 재계의 이런 불만을 일부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출자총액 제한제가 빈껍데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 구체적으로 밝힌 출자총액 제한 졸업 기준은 다소 엄격하긴 하지만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들이다. 재계는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졸업하는 재벌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이런 불만이 나오는 현실이 재벌의 기업 투명성이 아직도 모자람을 방증한다. 재계는 기준의 엄격함을 탓하기 앞서 스스로 투명성 높이기에 힘써야 한다.
출자총액 제한 예외 인정은 오히려 지나치게 많아졌다. 구조조정용 출자 예외 인정을 부활했고, 신산업 출자의 경우 예외 인정 기준을 낮추었다. 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대기업 투자를 끌어내려는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예외가 지나치게 많으면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출자총액 제한제는 투자를 막는 게 아니라 출자를 막는 것이라는 기존의 공정위 주장과도 어긋난다.
출자총액 제한 자산기준 5조원은 이번엔 올리지 않았지만 조금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계는 기업 성장속도를 감안해 이 기준금액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기준을 높일 경우, 출자 여력이 있는 몇몇 대재벌만 출자총액 제한 대상이 돼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업성장에 따라 순자산 규모도 늘어남으로써 출자 여력이 커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기준금액 높이기는 불필요하다.
이 제도는 기업 투자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를 건실화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의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이를 명심해 제도의 취지가 더는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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