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0 20:24
수정 : 2005.08.30 20:26
사설
일본 극우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펴낸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률이 0.4%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들 세력이 각성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이번 일은 일본 안 양심세력의 저력을 확인시켜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새역모 쪽은 어느 때보다 유리한 상황에 있었다. 집권 자민당과 정부, 자민당 출신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지원한데다 언론들도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역모 쪽은 채택률 목표치를 10%까지 높여 잡았다. 일본 시민단체들이 이런 벽을 뚫고 끈질기게 저지운동을 벌여 대부분 성공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더 주목할 것은 이번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연대의 힘’이다. 한국 시민단체들은 일본내 여론에 직접 호소하기 위한 광고비 모금운동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또 현지 시민단체와 일본 각지를 돌며 공동켐페인을 벌였으며, 자치단체들도 일본 자매결연 자치단체를 찾아 협조를 구했다. 특히 한·중·일의 공동 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가 출간된 것은 역사왜곡 교과서에 대한 대응이라는 차원을 넘어 연대운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인 일이다. 이런 경험은 과거를 극복하고 평화롭게 번영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아시아인들의 노력에서 튼튼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집권한 이후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왜곡 교과서가 일본의 우경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 된 것은 큰 불행이다. 이는 일본 사회가 혼자 힘으로는 제국주의 역사를 완전히 청산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일본 안의 양심세력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 아시아인들 사이의 연대가 더 활발해져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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