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0 20:25
수정 : 2005.08.31 10:52
사설
연정론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이 소용돌이에 빠졌다. 열린우리당은 엊그제 의원 연찬회를 연 데 이어 어제 저녁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연정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연찬회의 결과는 단적으로 말해 여당 의원들조차 연정론에 동감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옹호론도 없지는 않았지만 연정의 방법론과 실효성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별로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임기단축” “2선 후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쓰며 연정론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연찬회를 통해 연정 추진을 사실상 중단키로 뜻을 모은 것은 연정론이 현실적으로 정치적 동력을 잃어버렸음을 의미한다. 노 대통령이 애초 연정론을 제기하면서 “대통령의 권력을 여당에 이양하고 여당이 다시 이 권력을 한나라당에 이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던 것에 비춰봐도 연정론은 논리적으로 큰 벽에 부닥쳤다. 연찬회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여당 의원 대다수가 한나라당에 결코 권력을 넘길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당-청 관계라면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의 이런 의견을 깊이 존중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에 대해 ‘왜 내 뜻을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느냐. 딴소리 말고 나를 따르기만 하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연정론에 담긴 ‘깊은 뜻’을 설명하면 여당 의원들이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자신의 뜻을 따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노 대통령의 말에 별로 감복한 것 같지는 않다. 노 대통령과 여당이 처한 지금의 불행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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