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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8 18:48 수정 : 2013.10.31 22:19

미국의 국외 불법 도·감청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근 외신들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유출한 미국 국가안보국의 기밀문서를 토대로 미국이 35개국 정상들의 통화를 엿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중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포함됐는데 미국이 10년 넘게 그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독일 등은 미국의 도청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독일은 이번주 정보기관 최고위 당국자를 미국에 보내 메르켈 총리 도·감청 사태에 대한 해명과 조사를 요구한다고 한다. 독일은 또 다른 피해국인 브라질과 함께 미국의 스파이 활동을 저지할 유엔 총회 결의안도 추진 중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정부가 우방들로부터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27일 미국이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35개국 지도자에 한국 대통령이 포함됐는지 여부와 관련해 사실 확인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미국의 도청 의혹을 폭로한 <가디언>의 전직 기자는 “미 국가안보국이 한국도 도청을 해왔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에 대한 도청 기록을 정리해 공개하겠다”고 국내 언론에 밝혔다.

진위는 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미국이 한국의 대통령을 도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도청기가 발견돼 미국의 도청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도청 파문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가 마지못해 미국에 도청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뒤 할 일을 다 했다고 손을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분명히 전하고 만일 도청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합당한 조처를 촉구해야 한다. 미국 눈치를 보며 흐지부지할 사안이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온 세계를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했다면 규탄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태는 겉으로는 도덕적인 양하면서 뒤로는 스파이들을 내세워 온갖 못된 짓을 일삼는 초강대국 미국의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당사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등 국제사회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성의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187] 엿듣는 미국, '9·11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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