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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도현씨 사건 ‘7:0 무죄’ 평결 존중하길 |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씨가 28일 전주지법에서 14시간 넘게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심원 7명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부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현행법상 배심원단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갖고 있어 판사가 이와 달리 판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배심원단 의견과 다르게 판결하는 사례는 통상 7~8%에 불과하고 90% 이상은 배심원단 의견을 따르는 것에 비춰 보면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안씨 사건의 선고를 연기하면서 “배심원과 재판부의 판단과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상충점이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내용과 변호인의 변론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과연 배심원의 평결 내용을 뒤집을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안씨는 지난해 12월10일부터 11일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보물인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소장하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글을 17차례 올렸다는 이유로 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비방죄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쪽은 안중근의사기념관이 2001년 간행한 <대한국인 안중근> 등 여러 건의 문헌과 도록에 안중근 유묵의 소장자가 ‘박근혜’로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증거와 함께 제시했다. 또 문화재청의 자료와 신문 보도도 제시하며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고 비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7 대 0의 평결 결과를 보면, 시각자료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무죄 주장을 펼친 변호인 쪽 주장이 박 후보에 대한 서면조사조차 않은 채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 검찰에 비해 더 설득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기소된 김어준·주진우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은 1 대 8 혹은 4 대 5로 유무죄 의견이 갈렸으나 재판부는 평결 내용을 존중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 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감성적 판단 운운하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박근혜 정부가 검찰 장악을 위한 고삐를 죄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는 마당에 법원마저 이런 기류에 흔들리면 안 된다. 재판부는 국민만 바라보고 그야말로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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