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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재보선 패배 이후가 더 실망스럽다 |
패배도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 변명도 계속하면 버릇으로 굳어진다. 성찰과 변화가 없는 집단은 언제나 패배와 변명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면서 점차 쇠락과 패망의 길로 접어든다. 민주당의 지금 모습이 그렇다.
민주당은 10·30 재보궐선거에서 또다시 패배했다. 그것도 큰 차이의 참패였다. 이제 민주당은 ‘선거에서 언제 이겨본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승리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선거에 진 것도 문제지만 평가와 반응은 더욱 한심하다. “워낙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다” “후보 인지도에서 밀렸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는 따위의 말이 지도부의 입에서 너무 쉽게 나온다. 참으로 안이한 상황판단이요, 제 논에 물대기 식의 편리한 자기합리화다.
민주주의는 결국 모든 것이 표로 말해준다. 아무리 여론을 주도해도 선거에서 패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등으로 여권이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비록 지더라도 그 내용에 따라 의미와 정국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선거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스스로 호기를 놓쳤다. 선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필연적 결과다.
재보선 패배를 놓고 민주당에서는 ‘정치 이슈 중심의 대여투쟁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민생 문제를 부각시켜야 했다’는 등의 분석과 대책이 다양하게 나온다. 하지만 선거 패배의 원인은 이런 데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 기류를 표로 연결시키는 치밀한 전략,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구체적 정책 제시, 경쟁력 있는 후보의 옹립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졌어야 했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번 재보선은 지는 싸움’이라는 자포자기적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선거를 치르는 시늉만 하다 끝내고 말았다.
민주당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도력 부재다.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자리매김하고 이에 합당한 전략전술을 개발하고 당의 총체적 역량을 투입해야 할 임무를 방기했다. 정권심판론도 아니고, 인물론도, 지역발전론도 아닌 무대책의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한때 유력하게 검토됐던 손학규 전 대표의 경기 화성갑 출마가 무산된 것도 결국은 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 손 전 대표 또한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심각히 뒤돌아봐야 할 처지다. 민주당은 철저히 바뀌어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성원해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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