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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탈·부실 운영으로 얼룩진 탈북자 지원재단 |
탈북자를 보호하고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일탈 운영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이 재단은 한해 예산 300억원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채우는 정부 산하기관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재단이 지난해 7월 북한에 사는 주민을 탈북시키기 위해 도강비(강을 건너는 비용) 명목으로 탈북비용을 직접 지원한 일이다. 액수는 몇백만원 수준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북한 주민의 ‘기획 탈북’을 지원한 꼴이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북쪽이 자국 국민을 납치해 가는 데 남쪽 정부가 나섰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도강비가 결국 북쪽 경비대에 건네는 뇌물인 만큼 남쪽 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재단 쪽과 통일부는 ‘서류 작성상 실수’라고 하지만 정황으로 볼 때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사안은 지난 3년 동안 이뤄진 ‘긴급구호 사업’ 가운데 하나다. 재단은 이 사업에 대해서는 다른 사업들과 달리 대외비로 예산을 집행해왔으며, 상당수에 대해선 근거 서류조차 남겨놓지 않았다. 탈북자 관련 단체의 요청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이어서, 이 돈 가운데 일부가 기획 탈북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는 이제까지 긴급구호 사업에 들어간 2억여원의 용도를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부적절한 자금 집행이 드러난다면 긴급구호 사업 자체의 존폐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렇잖아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은 성격에 맞지 않는 사업 추진과 예산 낭비, 중복사업, 퇴직 관료 중심의 인사 등 부실 운영으로 비판받아왔다. 탈북자들 사이의 평가도 좋은 편이 아니다. 초기 정착 및 자립·자활 지원에 가장 많은 예산이 쓰이지만, 탈북자들의 생활은 여전히 열악하다. 최근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국내 탈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죽음을 생각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26명에 이른다. 탈북자의 실업률도 국민 전체의 2배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나라로 다시 떠나는 탈북자까지 늘고 있다.
이 재단은 탈북자가 2만명에 이른 2010년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이 법률은 탈북자를 ‘북한을 벗어난 뒤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으로 정의한다. 기획 탈북 지원은 그 자체로 탈법인 것이다. 재단은 본래 취지대로 탈북자들의 신속하고 순조로운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기 바란다. 특히 통일부는 이 재단이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잘못 운영되지 않도록 지도·감독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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