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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정상회담, 적극적으로 여건 조성해야 |
박근혜 대통령이 2일치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의 회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말로 그치지 말고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기 바란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특히 “북한은 너무 자주 약속을 어겨 신뢰하기 어렵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초 미국 방문 때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지금으로선 (남북 정상회담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한국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통일부 장관은 4일 ‘정상회담이 추진될 조건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부가 대북 접근 방식을 조금씩 재고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과 정부의 이런 변화가 대북정책 기조의 전반적인 재검토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실 지금은 정상회담을 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상태다. 남북 관계는 이산가족 상봉 접촉이 중단된 뒤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고,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재개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사업 등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남북 관계는 어렵지 않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또 남북 사이의 신뢰는 핵 폐기 논의를 진전시키는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까지처럼 이런 노력 없이 북쪽이 먼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비핵화 결단 등 북쪽의 신뢰 있는 행동에 맞춰 대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남북 사이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나갈지에 대한 방법론이 취약한데다 북한 관련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여권의 시도까지 겹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넣어야 한다. 이런 작업 자체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 조성의 일부다.
명심해야 할 것은 새로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는 이전 정상회담의 성과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기존 합의의 실천은 남북 사이 신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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