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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07 19:10 수정 : 2013.11.07 19:10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소속 박은선 선수의 성 정체성을 두고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소속 다른 6개 팀 감독들이 박 선수의 성별에 의문을 제기하며 박 선수가 계속 경기에 나오면 내년 리그를 거부하겠다고 의견을 모아 연맹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반인권적이고 반스포츠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박 선수는 2003년 국제축구연맹 아시아대회와 미국월드컵,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 2005년 동아시아대회 등에서 여자축구대표팀으로 활약했다. 소속 팀인 서울시청은 박 선수가 2004년 위례정보산업고 3학년 때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축구협회로부터 성별 판정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축구협회의 검증을 거쳐 10년 가까이 여자축구 선수로 잘 뛰어온 것이다.

다른 팀 감독들이 이제 와서 박 선수를 문제 삼는 것은 그의 뛰어난 실력 때문이다. 박 선수는 그동안의 방황을 접고 지난해 서울시청에 복귀해 올 시즌 여자 실업축구리그 득점왕(19골)에 올랐다. 그는 체격이 좋고 발재간이 뛰어나 여자축구의 유망주로 꼽혀왔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다소 크다고 해서 그의 성 정체성을 문제 삼을 순 없다. 이는 마치 여성의 외모를 놓고 입사 자격이 있네 없네를 따지는 처사와 같다. 박 선수의 성 정체성을 문제 삼고 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이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스포츠맨십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13년간 박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온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박은선 문제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보면 다 해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서 감독은 박 선수가 그간 실업과 대표팀에서 무단이탈하거나 부상, 방황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올 시즌 마음을 잡고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결국, 그런 박 선수에게 성 정체성이라는 칼을 들이대는 것은 선수를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 박 선수 본인도 페이스북에 “올림픽 때도 성별검사를 받고 출전했다. 그때도 어린 나이에 기분이 안 좋고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수가 없다”고 적었다. 그가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스포츠도 결국은 사람에서 출발한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만 있었더라도 다른 팀 감독들이 그렇게 모질게 박 선수를 몰아붙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해프닝은 일차적으로 선수의 인권은 제쳐놓고 승부에 혈안이 된 감독들의 비스포츠적 행위에 비롯됐지만,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냉혹한 우리 사회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이 비인간화한 우리 사회를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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