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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관진 국방장관의 분별없는 언행 |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민을 비하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야당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부적절함을 인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그는 “남한 단독으로 전쟁해도 북한은 멸망한다”고 했다가 “우리 전력은 북한의 80% 수준”이라고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도 했다.
그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심리전도 하지만, 국민들의 오염 방지를 위한 대내 심리전도 심리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했다. 국민을 북한의 선전에 쉽게 휘둘리는 피동적인 존재로 낮춰본 것이다. 오염은 ‘더럽게 물듦’이라는 뜻을 갖는다. 더 큰 문제는 ‘군이 나서서 국민의 오염을 막아준다’는 발상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군이 한다면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군의 국민’이 돼버린다. 군 지도부가 이런 태도를 갖고 있으니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댓글 정치개입과 같은 일탈 행위가 벌어지는 것이다.
남쪽 전력이 북쪽의 80% 수준이라는 말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지난해 남쪽의 국방비가 북쪽의 34배에 이르는 등 수십년 동안 북쪽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고도 전력이 뒤진다면 김 장관을 비롯해 그동안의 모든 군 지휘부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했으니 전력 평가에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허세를 부린 셈이다. 앞서 그의 부하인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군 없이) 남북이 일대일로 붙으면 진다”, “군에서 정치개입을 했다면 60만을 동원해 엄청나게 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관진 장관의 분별없는 언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초 ‘개성공단 인질 구출 작전’을 처음으로 공개해 북쪽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북쪽이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남쪽 인력 600여명을 억류할 경우를 상정한 이 작전은 북쪽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는데다 성공 확률이 떨어지고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을 안고 있다. 국방장관이 입 밖에 낼 내용이 아닌 것이다. 그가 2010년 말에 취임한 이후 이념 편향을 부추기고 한쪽 정치세력의 편을 드는 듯한 군내 교육활동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는 민주화세력과 정부 비판 매체까지 종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움직임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 장관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군인다운 군인’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사람이다. 또한 현 정권의 실세 장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럴수록 언행을 신중하게 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에 신경 써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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