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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무소신 인물이 감사원 독립성 지켜내겠나 |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12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감사원은 6만여 공기관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 수장 역시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도덕성은 물론이거니와 외압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소신과 강직함이 요구되는 자리다. 하지만 황 후보자가 이런 막중한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황 후보자는 석연찮은 병역면제에다 두 번의 불법 위장전입 등 감사원장으로서 결격사유를 여럿 갖춘 이른바 ‘다관왕’임이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다. 더구나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면 무소신의 전형에 가깝다.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공직기강을 바로잡을 헌법기관의 수장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황 후보자가 현직 법원장 신분으로 매우 이례적으로 감사원장에 발탁된 배경에 대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학연·지연에 의한 ‘연줄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마산중 선후배 사이인 것은 맞다”면서도 사적인 교류관계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 주장의 진위와 관계없이 여러 현안에 대해 그가 취하는 태도를 보면 정권에 대해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를 요구받고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몸을 사렸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직무감찰 의향을 질문받자 “재판에 계류 중”이란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의원이 론스타 사건 등 재판 중임에도 감사가 진행된 다른 사례를 여럿 거론하자 “국정원장은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등 황당한 이유로 거듭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청와대와 여권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사안에 지레 겁을 먹고 꽁무니를 빼는 모양새다.
도덕성에서도 허물이 크다. 두 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데 대해 “자녀 출산을 위해 병원을 옮기려고 주소지만 변경했다”고 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해명이다. 병역면제를 받는 과정은 특히 의문투성이다. 1977년 7월 0.1의 시력으로 두 차례나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1개월 만에 0.05로 면제 판정을 받은 뒤 다시 사법연수원에서 0.1로 시력이 돌아왔다는 건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허물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공무원들에게 엄정한 기강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 더구나 ‘기춘 대원군’의 낙점 인사라는 조롱에 가까운 평가까지 나도는 판에 이를 극복할 아무 소신도 갖추지 않았으니 정권의 심부름꾼에 불과한 ‘마름 감사원장’이 나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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