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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마저 ‘통법부’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
새누리당의 막무가내식 정국 운영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에는 다수당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국회 선진화법을 손보겠다고 나섰다. 이는 국회마저 정권 입맛대로 고분고분 말을 듣는 ‘통법부’로 만들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지난해 4·11 총선 직후 여야 합의로 개정한 국회법 조항을 말한다.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이 아니라 5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조건도 엄격히 제한했다. 이를 두고는 과반 다수결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일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집권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온 날치기와 이에 따른 국회 폭력을 없애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모처럼 여야가 합의로 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법 개정안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13일 “소수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소수폭거법” “총선 뒤 레임덕 국회에서 낙천하거나 낙선한 분들이 투표했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에서 선진화법을 공약했고, 총선 뒤인 지난해 5월 당론을 모아 법을 통과시켰다. 박 대통령도 당시 국회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낙천·낙선 의원들이 만들었다는 등의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너무 뻔뻔하다. 제 얼굴에 침 뱉기요,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다.
새누리당은 국회 선진화법을 빌미로 야당이 예산안 처리를 막는 등 국회가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해 초 새 정부 출범 당시 정부조직법이 야당 반대에 막혀 지연됐지만 진통 끝에 결국 통과됐다. 선진화법은 야당으로 하여금 무턱대고 반대만 하면서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일도 쉽지 않도록 유형·무형의 압력이 되고 있다. 선진화법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날치기와 폭력이 난무하는 옛날로 돌아가자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헌재로 보내 위헌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은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낯부끄러운 일이다.
정치는 정치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 사사건건 법에 의지하려 들면 탈이 난다.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도 모자라 제 손으로 만든 법을 헌재에 가져가는 것은 스스로 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권은 하는 일마다 상식을 벗어난 무리수, 초강수로 일관하고 있다.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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