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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갯속 무리한 운항이 빚은 도심 헬기 사고 |
휴일인 16일 아침 서울 강남구 삼성동 30층짜리 아이파크 고층 아파트에 김포에서 잠실헬기장으로 가던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기장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주민의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서울 도심에 고층 빌딩이 줄줄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꼈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를 조사를 해야 드러나겠지만, 사고 당시 서울 상공이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안갯속에서 무리하게 운항하다가 빚은 참사일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사고 당일 오전 9시 측정한 가시거리는 1.1㎞였다. 기상청은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안개, 1㎞ 이상이면 옅은 안개인 ‘박무’로 판단한다. 하지만 사고 지점에서 약 5㎞ 정도 떨어진 성남 공군기지에서 측정한 가시거리는 800m에 불과했다. 숨진 기장의 아들도 “아버지가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가 비록 정상 이륙허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기장이 회사 쪽의 압박에 못 이겨 안갯속 운항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고는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서울 도심에서 헬기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더구나 자가용 승용차처럼 운영하고 있는 민간회사 소유 헬기의 경우는 사실상 안전관리나 규제가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항공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헬기를 보유한 민간업체 33곳에 대해 안전관리 현황, 조종사 교육훈련, 안전 매뉴얼 이행 및 정비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해,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법령에 따라 엄정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시늉을 하는 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기회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저공비행을 하는 헬기가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심을 운항하기 위한 기상조건 등의 기준을 철저하게 정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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