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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기업 사장 자리가 공천탈락 무마용인가 |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권 실세에게 밀려 공천 탈락한 새누리당 인사가 공기업 사장에 내정됐다고 한다.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서청원 의원이 공천을 받는 바람에 탈락한 김성회 전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후보로 추천됐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승복했다. 그때부터 공공기관장 자리를 챙겨준다는 말이 나왔다는데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후보 사퇴를 둘러싸고 뒷거래를 한 의혹이 짙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역난방공사는 최근 김 전 의원을 1순위 후보로 선정했으며 다음달 사장 선임을 위한 주총 소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역난방공사는 5개월 동안 사장이 공석이었으나 공모에 나서지 않다가 산업통상자원부 지시로 10월 말에야 사장 초빙 공고를 냈다고 한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10월 초 공천 탈락한 김 전 의원의 내정을 염두에 둔 공고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공기업 사장 자리를 공천 무마 카드로 쓴 셈이다. 더욱이 공모 과정에서 김 전 의원보다 나은 평가를 받을 만한 후보를 공모에 응하지 못하게 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8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긴 하지만 육군 대령 출신으로 적임이라고 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사퇴를 미끼로 대가를 제공하거나 의사표시를 할 경우 그렇게 한 사람뿐만 아니라 승낙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후보 사퇴 이후에 금품을 제공했다고 해서 사후매수죄로 처벌받은 바도 있다. 후보 사퇴에 뒷거래가 있었다면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파티는 끝났다’며 방만 경영을 일삼는 공기업의 행태를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고삐를 죄는 시점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도 맥빠지게 한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정책 실패에 따른 경영 부실을 떠넘긴 탓도 있지만 엉터리 낙하산 인사가 만병의 근원이다. 낙하산 기관장이 독자적인 소신 경영을 하지 못하고 주무부처보다 청와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탓에 개혁은 구호에만 그쳤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엊그제 간담회에서 현 부총리에게 공공기관장 인사나 감사를 선임할 때 대선 때 노력한 분에 대해 반영해 달라고 부탁하고, 현 부총리는 특히 관심을 갖고 보겠다고 화답했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뤄진 공공기관 인사의 45%가 낙하산이다. 이래서는 공기업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개혁 의지가 있다면 지역난방공사 사장 인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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