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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24 19:05 수정 : 2013.11.24 19:05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시국미사에서 나온 북방한계선(NLL)과 천안함 관련 발언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엔엘엘과 관련한 당시 박창신 신부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청와대와 여당이 대대적인 종북몰이에 나서는 것은 지나치다. 그렇다고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이란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22일 열린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강론을 통해 “엔엘엘,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느냐,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와서 훈련하면 쏴야 한다”는 논리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설명했지만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엔엘엘이 국제법상 분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남북 간의 해상 경계선 구실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물론 그동안 역대 보수정권들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온 적이 적지 않았다. 박 신부도 계속된 한-미 군사훈련이 북한을 자극해 연평도 폭격이 일어났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종북몰이를 위해 북한을 적으로 만드는 과정이었으며 그런 뒤 이를 대선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적으로 만드는 과정과 관련한 하나의 사례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란 국기문란에는 눈감고 박 신부의 일부 발언만을 문제 삼으며 ‘종북 공세’에 나서는 것은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당시 20여분간 진행된 박 신부 강론의 요지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에 책임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고,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이용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라는 것이었다. 발언 수위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세상의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사제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더욱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대표는 “제대 뒤에 숨지 말고 사제복을 벗고 말하라”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를 비판한 것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박 신부의 일부 발언만을 부각시키며 대대적인 종북몰이에 나서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그렇다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실이 덮어지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묻은 때만 탓하는 억지를 그만 부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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