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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강경파, ‘청와대 확성기’ 노릇만 할 텐가 |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등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제법 활발하다. 25일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배석자도 없이 단둘이 만나 정국 타개책을 논의했고, 26일 아침에는 여야 중진 의원 10명이 조찬을 함께하며 정국 해법을 모색했다. 물론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실은 없다. 새누리당은 26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전날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원내대표 4인 협의체’ 수용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야 협의체는 사실상 특검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강경론이 우세해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야가 대치정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양쪽 모두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협상의 재량권이 너무 약하고, 민주당 지도부 역시 소신껏 협상에 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지만 정도를 따지자면 새누리당의 증상이 더욱 심각하다.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등 이른바 친박 실세 강경파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태에서 명목상 대표인 황우여 대표의 온건론은 설 땅이 별로 없다. 그동안 황 대표가 몇 차례 시도한 정국유화책이 번번이 무산된 것도 이런 당내 역학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거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특검 수용 불가’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놓은 상태에서 새누리당은 움치고 뛸 공간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새누리당 강경파는 목소리만 높일 뿐 특검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끊임없는 시비에다 국가정보원의 트위터 댓글 120여만건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의 상황까지 겹쳐 특검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더욱 높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안에서도 최근 들어 특검 수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으나 강경파들은 막무가내다.
여야가 일단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뭔가 실마리가 나오게 돼 있는 것이 정치의 묘미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여야 대화 채널 마련부터 거부하는 것은 전혀 명분이 없다. 강공 일변도로 빚어질 국회 파행과 이에 따른 새해 예산안 심사 지연 등 국정운영 차질 역시 고스란히 여권의 부담으로 돌아갈 뿐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박 대통령을 위하는 길인가. 박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국회가 합의하면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제 청와대의 확성기 노릇은 그만하고 집권여당에 걸맞은 정치력을 발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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