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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교계의 ‘대통령 퇴진’ 촉구, 엄중히 받아들이라 |
천주교에 이어 개신교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목사들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18대 대선은 국가기관들이 부정한 개입에 의해 국민 선택권을 유린한 명백한 부정선거였다. 부정선거에 의해 취임한 현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대한 권력의 ‘종북몰이’ 탄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종교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고, 따라서 박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종교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것은 신성불가침한 언론자유의 영역에 속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고 공론장을 통해 그 주장의 타당성이 자연스레 가려지게 마련이다.
기독교인들의 목소리를 일부의 강경한 정치적 주장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현 시국에 대한 이들의 엄중한 진단 때문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천주교 시국미사에서 강론한 박창신 원로신부를 종북으로 몰아붙이고 수사까지 벌일 태세인 것을 두고 “대한민국이 헌법에 의해 신앙과 사상,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민주공화국임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며 “30년 전 유신독재정권 시절의 공안탄압을 방불케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세력은 종교인들의 목소리를 가벼이 듣지 말아야 한다. 집권세력에 의한 민주주의 유린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양파껍질 벗기듯 속속 드러나는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실태는 지난 대선의 공정성마저 의심하게 하고 있고, 그 범죄행위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도 시원찮을 판에 어떻게든 감추기 위해 공안통치에 여념이 없는 집권세력의 행태는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
나라가 어지럽고 정의가 훼손될 때 먼저 떨쳐 일어나는 이들이 종교인이다. 멀리는 3·1운동부터 가까이는 민주화운동 시절까지 종교인들이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던져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고자 했던 사례는 아주 많다. 종교인들의 소박하면서도 절실한 외침을 경청하지는 못할망정 외려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려 들어서는 제대로 된 정권이라고 할 수 없다. 집권세력은 더 이상 역사를 후퇴시키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 이제라도 비판세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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