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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리 원전 1호기 무리한 재가동 안 돼 |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가 28일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터빈 계통 고장으로 비상 계전기가 작동하면서 원자로 가동이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고리 1호기는 올해 들어 6개월간 계획예방정비를 받고 지난달 5일에야 발전을 재개했다. 장기간에 걸친 예방정비를 벌이고 두달도 안 돼 또다시 이상을 일으킨 것이다.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고리 1호기가 멈춘 것은 이번이 130번째라고 한다.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은 정지 횟수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으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다했지만 10년 재운용 승인을 받았다. 재운용 승인 당시에도 핵심인 원자로 압력용기의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수명 연장 이후에도 차단기 고장, 비상디젤발전기 고장 등으로 툭하면 멈춰섰으며 부품 비리 사건 등이 끊이지 않아 안전성을 의심받아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1호기에 193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올해 계획예방정비를 한 것도 그런 탓이다. 10년 수명 연장에 필요했던 부품 교체에 지출한 560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돈을 들여 원자로 헤드와 비상디젤발전기 등 주요 설비를 교체했다. 그런데도 다시 고장이 났다. 이는 수명 연장이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원전엔 200여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주요 부품을 손봤다고 하나 노쇠화된 구석이 여기저기 있는 한 어디서 고장이 날지 알 수 없다. 세계적으로 큰 사고가 난 원전은 예외 없이 오래된 원전이었다. 더군다나 원전은 작은 고장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리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우리나라 전체 전기생산량의 1%가 채 안 된다. 겨울 전력수요가 크다 해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이를 가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리 1호기 반경 30㎞ 안에는 부산 시민을 포함해 340만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고리 1호기는 최근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았고 검증 결과를 독일 검사기관에서 재검증하고 있다는데, 우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2017년에 또다시 수명을 연장해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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