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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철수 신당의 성공 조건 |
안철수 의원이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을 선언하고 정치세력화 추진을 공식화했다. 안 의원은 한국 정치의 재편, 삶의 정치, 국민통합 등을 중요한 열쇳말로 제시하며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창당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안 의원의 정치실험은 이제 ‘추상’에서 ‘구상’의 세계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을 의미한다. 그동안 실체도 없는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당의 모습이 구체화될수록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다. 그렇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현실정치다. 비전, 인물, 조직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야 할 과제가 안 의원 앞에는 기다리고 있다.
우선 신당 추진세력은 국가가 당면한 과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해법 제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정의·평화·복지를 3대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이런 비전의 새로운 시대적 의미는 무엇이며 이를 구현하는 정책이 기존의 정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해석과 해법 제시는 현재 당면한 정치적 쟁점에서도 나타나야 한다. 지금 여야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공안통치, 종북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현안을 둘러싼 대치정국을 싸잡아 구태정치라고만 꾸짖을 게 아니라 새로운 해결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 안 의원도 찬성한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검 도입 요구를 여권이 들은 척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면한 정치현안들을 믿음직스럽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야만 안 의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관념적·공상적이라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
새 정치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의 영입, 획기적인 조직 시스템도 신당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안철수라는 개인의 인기도가 크게 좌우하는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에서는 식상한 인물이나 기존 정당의 이탈자 등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당 조직도 기성 정치권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길 유권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 재편에 대한 비전 제시는 신당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안철수 신당을 흔히 제3지대 정당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렇게 보기 어렵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굳어진 안 의원의 정치적 좌표나 신당 지지자들의 분포 등을 볼 때 신당은 제2지대에 더 많이 걸쳐 있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신당 추진이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 실망감의 증폭과 궤를 같이하는 것도 이를 보여준다.
안 의원 쪽은 신당 건설이 야권 분열이 아니라 새로운 야당 건설을 위한 진화 모델이라고 말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각자 국민적 평가를 받아본 뒤 열린 자세로 야권 재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막상 민주당과 신당의 ‘공동참패’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후폭풍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대비책을 지금부터 차분히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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