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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쌍용차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철회해야 |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의 장기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회사 쪽에 33억원, 경찰 쪽에 13억여원 등 모두 4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29일 나왔다. 재판부는 경찰이 청구한 금액은 거의 다 받아들인 반면, 회사가 청구한 금액은 애초의 100억원에서 30% 정도만 인정했다. 하지만 쌍용차 노동자한테는 여전히 천문학적 금액이다. 소송 당사자 1인당 3254만여원씩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해고와 구속 등으로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다. 24명의 노동자와 가족을 죽음으로 빼앗겼다. 이들에게 이런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은 삶을 더욱 참혹하게 짓밟을 뿐이다. 노조의 파업이나 투쟁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가압류를 하는 나라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손배·가압류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유일한 나라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김주익·곽재규·최강서 3명의 노동자가 손배·가압류와 관련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헌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 그런데 우리 법원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하는 범위는 너무나도 좁다. 이번 판결에서도 생존을 위한 쌍용차 파업을 불법으로 인정해 엄청난 손해배상액을 물리고 말았다. 우리 법원의 판례 변경이 시급히 요구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회사 쪽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 회사는 상생을 말하고 지난 시기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 말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손배 소송과 가압류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더욱 아쉬운 점은 경찰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준 점이다. 경찰은 쌍용차 진압을 공권력의 올바른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진압 과정에서 살인적인 폭력이 저질러졌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당시 경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 직보해 쌍용차 파업 현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고 청문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이는 경찰이 엄정중립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회사 편을 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데도 재판부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로 노동 3권을 제약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사례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손배·가압류 청구의 요건과 범위를 강화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행히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이러한 취지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올해 정기국회 회기 중 반드시 통과돼 정당한 쟁의행위가 제약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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