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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극단적 대결정치 언제까지 계속하려는가 |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상임위와 특위에 불참함으로써 국회는 한동안 공전이 불가피해졌다. 29일 시작된 예산결산특위의 종합정책질의도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인 셈이다.
여야 정치권이 무엇 하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끊임없는 대결의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독선과 독주를 거듭하는 새누리당 행태는 절망감마저 들게 한다. 민주당 역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여당의 일방적 독주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를 반복하고 있다.
대결 정국의 최대 원인 제공자는 말할 것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다. 집권세력은 공안통치와 종북몰이로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더니 급기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공직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까지 날치기하기에 이르렀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인사 문제는 본회의에서 토론하는 관례가 없다며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봉쇄했지만,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동의안 투표를 강행한 전례 역시 없다. 새누리당의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짓밟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민주당 역시 수개월째 제대로 싸우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타협하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애초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연계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문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이 매우 심각하지만, 이를 감사원장 문제와 연결함으로써 오히려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정국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국민은 국회에서 나라의 예산이 꼼꼼히 심의돼 제대로 쓰이길 바란다. 국민은 이와 함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도 심의하고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도 실시하면 된다. 여야가 대결의 정치를 계속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관철하려 들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적절히 배려해 주면 정치가 이처럼 각박해질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권세력의 맹성이 필요하다. 대선 개입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채로는 어떤 형태의 정국 정상화도 불가능하다. 야당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함으로써 정국의 물꼬를 트는 것은 여당 몫이다. 집권세력은 언제까지 이런 대치와 불통의 정국을 이어가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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