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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 현실 무시한 시간선택제 교사, 철회해야 |
박근혜 정부가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시간선택제 교사’를 크게 늘리기로 하면서, 교육 현장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미 반대 뜻을 밝혔고, 2일에는 전국의 시·도 교육감들도 총회를 열고 제도 도입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 정도면 교육계 전체가 한목소리로 반대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시간선택제 교사는 법정 근로시간의 절반인 하루 4시간, 주당 20시간 정도 근무하되 정년은 보장하고 임금은 그만큼 덜 받는 형태를 말한다. 교육부는 이미 각 시·도 교육청에 내년에 뽑을 신규 교사 1만명의 3%를 시간제 교원으로 뽑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내년엔 300명의 정규직 교사를 뽑지 않는 대신 그 두 배인 600명을 시간선택제 교사로 채우고, 이를 점차 확대해 2017년까지 시간선택제 교사를 35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교육의 질에 대한 고민 없이 형식적 고용률을 높이는 데만 급급한 철학 부재의 소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내건 고용률 70% 달성 공약에 짜맞추기 위해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을 희생시키는 반교육적 처사이다. 더구나 교육 현장의 의견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충분한 사전 준비도 없이 위에서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이런 정책이 성공할 리도 만무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제도가 교육의 질과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지식과 덕목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중·고 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의 안정적 관계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요소다. 교사는 단지 수업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담임, 생활지도, 행정 등의 폭넓은 활동을 통해 학생과 접촉하며 교육·지도해야 한다. 시간제 교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시간선택제 교사의 증가는 정규직 교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수업이나 학생 지도를 소홀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사 사회에 정규직, 기간제 외에 시간선택제라는 새로운 계급을 더해 갈등을 증폭할 소지도 크다. 지금도 15% 정도를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간의 차별과 갈등이 심각한 실정이다.
교육부가 교육의 질과 환경 개선을 생각하지 않고 고용률 높이기에만 매달린다면 이미 교육부로서의 기능과 의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교육계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교육 현실을 무시한 정책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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