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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의 ‘완패’로 끝난 여야 협상 |
여야가 3일 저녁 국가정보원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 설치에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국회는 일단 정쟁을 멈추고 정상화의 길목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 문제는 앞으로 계속 논의한다는 선에서 봉합하고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이번 여야 협상 타결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새누리당의 승리, 민주당의 패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그동안 고수해온 ‘특검 도입 절대 불가’라는 원칙을 확실히 지켜냈다. 여야가 특검 문제에 대해서는 “시기와 범위 문제를 계속 논의한다”고 합의했지만 이는 사실상 특검이 물 건너갔음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추후 논의 과정에서 특검 도입에 대해 모르쇠로 나와도 민주당으로서는 손을 쓸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없는 형편이다.
물론 국정원개혁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한 것 등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상설화, 국정원에 대한 예산통제권 강화, 공무원의 정치관여 행위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연장 등을 올해 안에 입법처리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특검 포기와 맞바꿀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국정원 개혁 방안 마련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원 정치개입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실상을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처방도 나오게 돼 있는데 민주당은 처방전부터 끊고 보자는 데 합의한 셈이다.
민주당이 처해 있는 상황이나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국회 의사일정 거부 등에 쏟아지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이 무척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이 이처럼 쉽게 특검을 포기해버린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석회의까지 출범시키며 ‘단일 특검 법안’을 추진해온 터다. 국정원개혁특위만 받고 협상을 끝낼 요량이었다면 애초부터 이렇게 시간을 끌 이유도 없었다.
민주당이 여야 협상 타결 후 “김한길 대표의 직을 건 결단과 의지가 없었다면 힘들었다”(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따위의 자화자찬을 하는 대목에 이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오히려 이번 여야 협상 결과는 김 대표가 과연 어떤 전략과 배포, 결기를 갖고 협상에 임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그의 평소 지론인 ‘유연한 야당’에 대한 콤플렉스가 너무 강한 나머지 너무 쉽게 원칙을 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마디로 이번 여야 협상 결과는 민주당의 정국운영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증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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