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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06 19:11 수정 : 2013.12.06 19:11

‘마음을 짓밟는 감정노동’이란 제목으로 <한겨레>가 한달 넘게 연재한 기획기사는, 우리 사회에서 감정노동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널리 퍼져 있는지 잘 보여준다. “청소기 속 개똥까지 치우라고 해도 ‘고객님은 항상 옳습니다’”라는 기사 제목 하나에 감정노동의 실상이 압축돼 있다.

실제로 민주당 한명숙 의원이 지난 10월 실시한 조사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직원, 콜센터 상담원,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 2259명을 상대로 심리상태를 조사한 결과 무려 30%가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국민 평균 16%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28%는 경도 우울증을, 38%는 중증 또는 고도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우리는 얼마 전 어느 공기업 임원이 라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항공기 여승무원을 폭행한 ‘라면 상무’나 중소 제빵업체 회장이 자신의 차를 빼달라는 호텔 지배인을 지갑으로 때린 ‘빵 회장’ 등의 사건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그때만 떠들썩했을 뿐 감정노동자의 감정을 보호해줄 장치는 아무것도 마련되지 않았다.

유럽이나 일본은 다르다. 유럽의 경우에는 직무 스트레스를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산업재해의 범위를 사고 중심에서 질병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고, 유럽연합에서는 2000년부터 직장에서 받는 직무 스트레스를 차별행위라고 간주하여 이를 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사업자는 사업장에서 ‘노동자 마음 건강 유지 증진을 위한 지침서’를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기준에 따라 발병의 원인이 된 작업을 했다고 인정되면 산재로 인정된다. 또한 이 때문에 노동자가 자살이나 자해 등을 일으키면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 책임과 안전 배려 의무 등을 위반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이처럼 심리적인 질병을 산재의 주요 항목으로 부각시킨 이유는 인권 보호 측면도 있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심리적인 질병은 업무성과를 저해하며, 병가의 13%를 야기하고, 조기퇴직의 가장 큰 원인일 뿐 아니라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 연간 290억유로가 이런 요인으로 인해 소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감정노동자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은 물론, 감정노동을 산재로 인정하는 부분적인 대책조차 없는 실정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아직 환경노동위에 계류중이다. 국회가 서둘러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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